에이전트가 약해서 실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멀티 에이전트 하네스가 본 개발보다 토큰과 시간을 먼저 먹어 버린 이야기입니다. AI 적용 실패기를 시리즈로 남기려 하고, 이번 회는 OpenCode에서 멈춘 지점까지입니다.

Copilot은 페어에 가까웠다

개발자로서 AI를 오래 썼습니다. 처음은 GitHub Copilot이었습니다. 주 IDE가 Visual Studio라 자연스럽게 붙었고, 초창기에는 지금 말하는 바이브 코딩보다 페어 프로그래밍에 가까웠습니다. 그때 실질적으로 좋았던 점은 새 프론티어 모델이 빨리 올라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델을 직접 고르지 않아도 최신 모델을 간접적으로 만져 볼 수 있었습니다.

프롬프트를 짧게 쓰지 않게 된 이유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도, 노코딩으로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어 배포까지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에이전트 비슷한 루프가 어디까지 가는지 감을 잡았습니다. 지금처럼 프롬프트 몇 줄로는 안 됐습니다. 내가 코딩하듯 거의 모든 개발 사항을 짚어 줘야 했습니다. 그 습관이 지금도 에이전트를 돌리는 기준점입니다. 프롬프트를 대충 짧게 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Cursor를 건너뛰고 OpenCode로

바이브 코딩이 커지면서 도구를 바꿨습니다. Cursor는 뺐습니다. Visual Studio + Copilot과 별다르지 않다고 봤고, 대형 프론티어 하나에 묶이기 싫었습니다. Claude나 Codex를 바로 쓰기보다 오픈소스인 OpenCode를 골랐습니다.

OpenCode는 제게 잘 맞았습니다. Claude 쪽 스킬 같은 최신 패턴을 그대로 쓸 수 있었고, 한 모델에 묶이지 않았습니다. 플러그인과 서브 에이전트도 다양하게 시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파일을 공유하면 맥락도 이어질 줄 알았습니다

OpenCode에서는 서브 에이전트를 작은 개발팀처럼 구성했습니다. PM은 계획과 오케스트레이션을, 시니어 개발자는 아키텍처를, 주니어 개발자는 코딩을 맡았습니다. 디자이너와 리뷰어도 별도로 두었습니다. 각 에이전트가 만든 산출물 파일을 다른 에이전트와 공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역할과 문서를 나눠두면 PM의 계획이 설계와 구현, 리뷰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에이전트들이 PM의 계획에서 맥락을 자주 놓쳤습니다. 같은 산출물 파일을 볼 수 있게 해두는 것만으로는 계획의 의도까지 계속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리뷰어가 작업을 자주 넘기는 handoff도 문제였습니다. 인계가 반복되면서 중복 작업이 생겼고, 한번 꼬인 흐름은 풀리지 않은 채 같은 작업을 되풀이했습니다. 역할을 나눴는데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보다 이미 한 일을 다시 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저는 그 반복을 줄이려고 규칙과 단계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따라야 할 절차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원래 하려던 개발을 진행하면서, 그 개발이 멈추지 않게 만드는 흐름까지 계속 손봐야 했습니다.

비용이 먼저 왔다

그래도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비용이었습니다.

단일 에이전트만 쓰기엔 심심해서 시작한 하네스였는데, 멀티 에이전트 토큰 소모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맥락을 놓친 작업을 되풀이하고 인계 흐름을 고치는 동안에도 시간과 토큰은 들었습니다. 하네스를 줄이려 계속 깎아도, 본 개발보다 하네스 깎는 데 더 많이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 보고 당장 그만뒀습니다.

이 글은 당시 작업을 돌아본 경험담입니다. 비용이나 중복 작업의 비율을 측정한 비교 실험은 아닙니다. 여기서 남기려는 실패는 OpenCode 전체의 성능 판정이 아니라, 제가 만든 역할 분담과 파일 공유 방식으로 계획의 맥락과 작업의 연속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토큰 동전이 쏟아지는 모래시계와 비어 있는 코드 창

하네스에 토큰과 시간이 먼저 쓰이고, 본 개발은 뒤로 밀렸습니다.

지금 보면 그게 제 첫 AI 적용 실패기였습니다.

Codex로 옮긴 이유

복잡해진 하네스를 버리고 다시 시작하려고 Codex로 옮겼습니다. 오픈소스 쪽에서도 GPT를 이미 잘 쓰고 있었고, 당시 Claude가 OpenCode auth 접근을 막은 일로 반감이 생긴 것도 있었습니다. 같은 오픈소스 계열로 느껴진 Codex로 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번 회에서 남기고 싶은 판단은 이것뿐입니다. 멀티 에이전트 하네스 자체가 제품이 되어 버리면, 본 개발보다 먼저 질 수 있습니다. 다음 회는 Codex로 옮긴 뒤 무엇을 얻고 무엇을 또 잃었는지로 이어가겠습니다.